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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movies

[영화] 오펜하이머 :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by 기록하는니나 2023. 8. 28.

영화 오펜하이머

개봉 전부터 우리나라 관객들의 기대를 한 몸의 받았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물리학 시리즈 그 세번째 이야기 '오펜하이머'를 지난주 드디어 보고왔다. 

180분(무려 세시간) 이라는 길고 긴(어쩌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다운) 긴 러닝타임에 평소 안먹던 팝콘까지 사들고 가서 감상한 결과, 세 시간이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초록창에서 오펜하이머를 검색하면 첫번째로 나오는 관람객 평이 '핵폭탄이 터지기 전에 내 방광이 먼저 터지겠네' 라는 평이 정말 공감갔는데, 나도 중간에 참지못하고 화장실을 한 번 다녀오긴 했고, 중간 즈음 되니 호다닥 하는 걸음으로 화장실을 다녀오는 분들이 몇 분 계시긴 했다. 그렇지만 그것이 지루함을 방증하는 것은 아니였다. 오히려 나도 그렇고 그들의 호다닥 하는 걸음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한데 참다참다 어쩔수없이 빠르게 다녀와야겠다! 하는 느낌이었으니까.

 

영화는 도서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의 이야기를 토대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이번에 영화 개봉을 맞아 특별판이 나왔다고 하는데, 영화를 재밌게 봐서 책도 꼭 읽어보고싶은 생각이다. 책의 제목에도 등장하는 '프로메테우스'의 이야기가 영화의 시작에 등장하는데, 신들만 사용했던 불을 인간에게 가져다주었던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로부터 그에 대한 벌을 받아 죽지도 않고 영원히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고통을 받는다는 그리스 로마 신화이다. 오펜하이머는 프로메테우스에 빗대어지고있다. 인류에게 핵폭탄이라는 무서운 무기를 안겨다준 벌로 죄없는 인간들의 죽음과 인류의 파괴를 자기 손으로 만들었다는 죄책감을 가지며 살아가는 오펜하이머. 

 

영화는 철저히 오펜하이머의 시선에서 전개되는데, 그의 대학시절부터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는 과정부터 그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해내는 모든 일련의 과정들을 오펜하이머의 시선에서 보여준다. 그의 물리학자로서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그의 곁을 머물고 또 지나갔던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수위가 꽤 높다는 점 참고하는게 좋겠다.

 

영화에서 오펜하이머가 프로젝트에 성공한 후 느끼는 인간적인 측면에의 죄책감과 고통을 그려내는 연출이 정말 좋았다.

(폭탄이 터지는 장면과 겹쳐보이면서 더 강하게 와닿았던 그 연출이 엄청 긴장감있고 몰입하게 만들었다.) 

"나는 이제 죽음이요, 파괴의 신이 되었도다."

 

그런 어마무시한 살상무기를 만들어내기에 그의 멘탈이 너무 약했던 걸까?

라고 생각하기엔 아이슈타인 또한 이렇게 말했다.

if I had foreseen Hiroshima and Nagasaki, I would have torn up my formula in 1905.
내가 만약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일을 예견했었다면, 1905년에 쓴 공식을 찢었을 것이다.

 

소련을 막기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핵폭탄개발, 그리고 전쟁을 끝나기위해 실행했던 히로시마 그리고 나가사키 원폭 투하. 그 선택들로 인해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은 폭탄을 투하하는 순간 이미 예견되었던 일이었다. 그로 인해 전쟁은 종결될 수 있었지만 죄없는 민간인들까지도 그리고 수많은 한국인들도 사상당했던 것 또한 지울 수 없는 사실이고 지금까지도 그 고통은 남아 이어지고 있다.

그에 대한 의견은 아직도 엇갈리고 있다. 조금 더 나은 선택이 있을 수 있었을거다 아니면 그 선택이 인류를 구할 수 있던 최선의 선택이었다. 누구의 의견이 맞는지는 역사를 되돌리지 않는다면 알 수 없다. 그저 우리는 그 선택이 최선의 선택이 맞았기를 바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바라는것은 인류의 파괴와 멸망을 초래할 수 있는 그 어마무시한 무기가 더이상 사용될 일이 없기를 바라는 것 뿐이다.

 

세계가 기억할 역사에 크게 기록된 인물의 명예 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이야기까지 그려낸 점은 개인적으로 좋았다.

다만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편재되어있고, 너무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와서 나처럼 기본 지식이 취약한 사람이라면 조금 머리가 아플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제까지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대비해서는 그리 어렵게 구성되진 않았고,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느낌이라 사전 지식을 한번 훑어보고 가기를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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