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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movies

[영화리뷰] 영화 '소공녀' 리뷰

by 기록하는니나 2020. 8. 8.

왜 제목이 '소공녀'일까? 했는데 영어 표기인 microhabitat 의 뜻을 찾아보니 '미소(微小)서식 환경 ((미생물·곤충 등의 서식에 적합한 곳))' 이라고 나온다. 주인공의 이름이 바로 '미소'다.

 

가사도우미로 일하며 일당을 받아 근근히 살아가는 주인공 미소. 부모없이 자라 홀로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다. 바퀴벌레와 동거하듯 살아야하는 단칸방은 심지어 난방조차 되지 않아 추운 겨울에는 애인과 사랑도 나누지 못한다. 겨우 몸만 뉘이고 살수있는 그 방 한칸도 월세가 올라 미소의 생활비에 큰 타격이 온다. 새해가 되고 담배값은 무려 2천원이 올랐다. 미소는 고민 끝에 담배도 위스키도 아닌 방을 포기하기로 한다. 

 

공장에서 일을하며 공장 기숙사에 사는 남자친구는 자기가 돈이라도 빌려보겠다하지만 사실 아직 본인의 학자금대출조차 못갚고있는 실정이다. 미소는 말한다. '난 담배랑 위스키, 그리고 너만 있으면 돼.'

 

짐을 싸들고 나온 미소는 대학시절 밴드를 함께했던 멤버들을 하나씩 찾아간다.가장 먼저 대기업에 다니는 혼자사는 친구를 찾아갔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포도당 주사를 직접 놓고, 점심시간에 조차 상사에게 오는 연락을 받으며 야근에 치이면서 치열하게 살고있는 친구. 더 열심히 해서 더 큰 회사에 갈거라 말한다. 미소에게는 미안하다며 함께 있기는 불편할 것 같다고 그녀의 부탁을 거절한다. 그리고 결혼해서 시부모과 함께 살고있는 친구의 집에 찾아갔다. 작은 집에 시부모님과 함께 살며 혼자 집안일을 도맡아하면서 남편과는 매일 말다툼하기 바쁘다. 친구와 함께 자며 대학생활의 추억을 되새김질하는 것은 즐거웠지만, 하룻밤을 얻어자고 다시 길을 나선다.결혼해서 잘 살고있는 줄 알았던 남자 후배의 집에 찾아갔다. 거실은 술과 배달음식, 쓰레기로 가득하다. 와이프는 보이지 않고, 미소에게 안방을 선뜻 내어주며 작은 방에 들어가버리는 그는 얼굴을 보여주기조차 꺼려하며 방에들어가 술을 마시면서 엉엉 울며 1년도 되지 않은 결혼 생활이 얼마나 불행한지를 암시한다. 아침에 일어나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출근을 하지만 과하게 대출받아 산 아파트 때문에 그의 삶이 엉망이 됐다.다음으론 부모님의 집에 함께 사는 나이 많은 남자 선배의 집에 찾아갔다. 처음에는 너무 반갑게 맞아주시는 부모님 덕에 진수성찬으로 차려진 저녁을 먹으며 환대를 받지만, 어쩌다보니 작은방에서 잘 수가 없어 남자 선배의 방에서 함께 자게된다. 뜬금없이 우리 결혼하는게 어떠냐는 남자선배의 제안에 당황하는 미소. 알고보니 노총각 아들을 어떻게든 결혼시키려는 부모님의 작정이었다는 것을 눈치챈다. 겨우 그 집에서 탈출한 미소는 또 다른 멤버를 찾아간다.고개를 들고 보기 목이 아플 정도로 큰 부잣집에 시집간 친구. 처음에는 미소를 반기는 것처럼 행동하며 편하게 머물다 가라고 하지만, 알고보니 그녀는 돈 많은 남편의 눈치를 보고사느라 바쁘다. 집 구할돈도 없으면서 담배와 위스키를 포기하지 못하는 미소를 한심하다는 식으로 얘기하며 집 구할 돈을 보태라 100만원을 쥐어주고 미소를 내보내지만, 미소는 돈은 거절하고 그 집에서조차 나오게된다.

 

가지고 있는 돈으로 집을 구해보려 하지만, 보증금 없는 저렴한 방은 부동산 아주머니조차 가기싫어하는 산꼭대기 곰팡이 가득 피어있는 좁은 방 뿐이다. 결국 미소는 떠돌아다니는 삶을 선택하게 된다. 결국 꼭 먹지 않으면 머리가 희게 변하는 그녀의 약 조차 포기하지만, 여전히 담배와 위스키는 포기하지 않은 채로 말이다.

 

누구에게나 삶의 고통과 약점은 있다. 인스타그램 속 네모 사진안에 보이는 삶이 누구에게나 삶의 전부는 아니듯이 말이다. 마냥 즐거워보이는 사람도 고통스러운 순간이 있을 것이고, 매일 웃고있는것처럼 보이는 이도 우울한 어느 날이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남과 자신의 삶을 비교하지 않고, 스스로의 삶에 집중하며 그 안에서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미소에게 배울 점이 많다. 미소는 어쩌면 무시당하기 쉬운 직업인 가사도우미 일을 하면서도 당당하고, 나보다 더 잘나보이는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는다. 그녀는 오로지 그녀가 중요시하는 가치에 집중한다. 그게 바로 그녀에게는 '담배와 위스키 그리고 남자친구'인 것이다. 영화를 보고 생각해봤다. 나에겐 어떤 상황이 와도 포기할 수 없는 가치가 무엇일까? 어떤 상황이 와도 나에게 그것만 있다면 위로받으며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그 어떤 가치가 나에겐 무엇일까? 영화를 본 모든 이들이 한번쯤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타인에 비교하지 않는 오롯한 자신만의 삶에서의 가치에 대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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