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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movies

[영화리뷰] '부산행' 그리고 '반도'

by 기록하는니나 2020. 8. 2.

'부산행' 그리고 '반도'

서양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좀비물이 최근 한국 산업에도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좀비물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부산행'도 '킹덤'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가장 최근에 개봉한 영화 '반도'를 통해 한국 좀비물을 처음으로 접하게 된 것이다. 반도의 경우 영화 평이 워낙 안 좋다는 것을 익히 들어서 기대하지 않고 감상했는데, 기대를 전혀 하지 않은 것에 비해서는 킬링타임용으로 그럭저럭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반도를 보고 난 이후에야 '부산행'에 관심이 가서, 얼마나 잘 만든 좀비 영화인지 궁금해 '부산행'도 연이어 시청했다. 부산행을 보고 나니 아 반도가 왜 망작인지 너무나 또렷하게 와 닿았다. 간단하게 두 작품을 비교해보려고 한다.

 

<부산행>

4년전인 2016년에 개봉한 한국 좀비 영화로 천만 관객을 기록한 연상호 감독의 대표작이다. 흥행 성공뿐만 아니라 많은 상까지 거머쥐었던 흥행작인데 왜 그 당시에 안 봤는지 모르겠네. 아마 좀비물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결론은 너무 재밌게 봤다. 정말 잘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비가 창궐하는 시작부터 퍼져나가는 과정까지, 그리고 부산행 기차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긴장감 넘치게 잘 풀어냈다. 단순히 좀비로부터의 탈출 뿐만 아니라,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과 갈등, 감정 대립까지 과하지 않게 잘 그려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부산행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꽤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그 캐릭터들이 모두 하나하나 살아있다는 점이었다. 내가 이런 재난 영화를 싫어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너무 뻔한 신파 때문이기도 한데, 그런 부분도 과하지 않게 그려내서 좋았고, 결말도 맘에 들었다. 이런 영화를 만든 감독이 왜 후속작이라고 내놓은 작품을 그렇게 밖에 만들지 못했는지 아쉬울 따름이다.

 

 

<반도>

'부산행 그 후 4년' 이라는 부제가 포스터에 떡하니 붙어있을 정도로 대놓고 부산행의 후속 편으로 만든 작품이라면, 적어도 이것보다는 더 나은 퀄리티였어야 했다. 아니면 차라리 아예 부산행과는 별개의 영화로 만들던지...

부산행 4년 후의 대한민국은 좀비가 휩쓸고간 죽은 국가가 된 모습이 되었다. 당시 대한민국은 좀비 사태로 인해 단 하루 만에 국가 기능을 상실했단다. 주인공 강동원은 홍콩에 망명하여 살고 있지만 홍콩에서 한국인인 그는 좀비 바이러스 취급을 받으며 멸시받고 살고 있다. 겨우 입에 풀칠하며 연명하며 살고 있는 꼴이다. 갑자기 어떤 중국인들이 죽은 국가 대한민국에 들어가 그곳에 있는 돈을 꺼내오면 부자가 되게 해준다고 한다. 그러면서 돈을 위해 그 죽은 국가에 들어가며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영화관에서 볼 때는 그냥 '차 체이싱 장면 재밌네! 가 전부였다. 부산행을 보고 나서 생각하면 할수록 너무 허술하게 만들어진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반도에서 부산행의 향기가 느껴졌던 장면은 인트로 장면이었던 홍콩으로 향하는 배 안에서의 모습이 전부였다. 

일단 4년전 하루 만에 대한민국이 무너졌다는 것부터 설득력이 부족했고, 그러면 부산행에서의 결말은 어떻게 되는 거지?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미친 군부대들에 대한 설정도 너무 억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들이 밖에서 싸울 때 좀비 떼들이 이것밖에 안되는데 어떻게 대한민국이 하루 만에 점령당했다는 거야 하는 의문 또한 이어졌다. 마지막 엔딩의 억지 가득 신파 씬에서는 그냥 눈을 감고 싶을 정도였고...

그냥 반도는 부산행 속편이라 칭하지 말고 아예 다른 별개의 스토리라 하기로 해요 ㅠ 

같은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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