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디앨런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다.
그의 역작으로 꼽는 '미드나잇 인 파리'부터 '매직 인 더 문라이트', '블루 재스민' 등, 여행과 재즈를 좋아하는 나에게 세계 각국의 낭만적인 도시들을 배경으로 하는 재즈가 흘러나오는 로맨스를 그려내는 그의 작품은 늘 흥미로웠다. 늘 현실 도피를 꿈꾸는 나에게 우디앨런의 영화 속 주인공들의 현실도피는 너무 낭만적이고 멋져보이게 내게 다가왔다.
이 낭만적인 영화들을 만든 감독의 이면에 대해 한번 이야기해보고 싶다. 우디앨런의 사생활에는 크게 관심이 없어서 몰랐는데, 현재 그의 배우자인 '순이 프레빈'이 우디앨런이 전에 교제하던 '미아 패로우'의 입양딸이었다는 사실을 지금 알고 조금 충격을 받았다. (나이차가 38살...) 거의 자신의 아빠처럼 여기고 지낸 사람일텐데 자신을 입양해준 엄마를 배신하고 엄마의 남자친구이자 아빠처럼 지내왔던 그 할아버지와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이, 좀 많이 이해가 안가지만 헐리우드는 역시 헐리우드인가보다. 홍상수 김민희는 순한맛이었네 싶어 깊은 충격에 빠졌다.
이 뿐만이 아니라 얼마 전 미아 패로우의 또 다른 양딸이었던 딜런 패로우가 어린 시절부터 우디앨런이 자신을 성추행해왔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에 대해 아직 법적 처벌을 받은 것도 아니고, 정확한 증거도 없긴 하지만, 그의 또 다른 양딸과 바람이 나서 결혼한 사실을 생각해봤을 때는 뭐, 전혀 없을만한 일도 아니지 않은가 싶은 거다. 솔직히 멀쩡한 인간이라면 자신보다 38살이나 어린 여자 아이, 그것도 본인이 교제하고 함께 살고 있는 여자의 딸에게 이성적 감점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가능하기나 할까? 솔직히 생각만으로도 속이 울렁거린다.
영화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의 주인공 티모시 샬라메는 우디앨런이 성추행 혐의를 받고있을 당시 이 영화를 찍은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고, 영화 출연료를 비영리 단체인 Times up, LGBT센터, 성폭력 단체 등에 기부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이 사실을 몰랐는데,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상 앞으로 우디 앨런의 영화를 전과 같은 시각으로 보기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다.
사실 이와 같은 감독의 사생활 논란을 차치하더라고, 이번 영화는 아쉬움이 많이 남긴 했다.
우디앨런 영화 스토리야 늘 항상 비슷 비슷하다는건 그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다 알만한 사실이지만, 이번 영화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은 마치 '미드나잇 인 파리'의 아류작 처럼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오는 뉴욕과 재즈, 그리고 사랑스러운 배우들 덕분에 영화가 아주 망작이라고까지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보는 내내 조금 아쉽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아 우디앨런도 이제 그만 해야겠다. 싶은 느낌.
웃는 모습이 너무너무 사랑스러운 앨르패닝의 미모에 나는 넋이 나갔고, 티모시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에서는 뉴욕의 어느 재즈바에 들어와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긴 했다.
일과 사생활을 동일선상에 놓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아예 양분화할 수도 없는 일이다. 우리가 여전히 홍상수 영화를 보기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과 같은 이유에서겠지. 우디앨런의 영화를 참 좋아했는데, 앞으로 그의 영화가 그리울 땐 미드나잇 인 파리나 다시 돌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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