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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movies

미키17 : 봉준호 감독의 순한맛 SF영화 (스포 있음)

by 기록하는니나 2025. 3. 3.

미키 17 줄거리: 죽고 태어나는 삶의 반복 속에서

'미키17'은 봉준호 감독의 에드워드 애쉬턴의 소설 '미키7'을 원작으로 한 SF 작품으로, 로버트 패틴슨이 주연을 맡아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준 작품이다. 2월 28일 개봉 후 나흘만에 누적관객수 100만을 돌파하며 빠른 흥행 속도를 보이고있다.

'미키17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인 '미키'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친구 '티모'와 함께 마카롱 가게를 차렸지만, 사업은 실패로 끝나고 거액의 빚을 떠안게 된다. (말 그대로) 목숨을 위협하는 사채업자들을 피해 달아날 방법을 찾던 그는 기술도, 특별한 능력도 없는 자신에게 유일하게 주어진 탈출구를 만나게되는데, 바로 정치인 '마셜'이 이끄는 얼음행성 개척단의 '익스펜더블(Expendable)'로 지원하는 것이었다. '익스펜더블'이란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다 죽더라도 기억과 의식은 그대로 유지한 채 새로운 신체로 다시 '프린트'되어 돌아오는 특수 직업인데, 미키는 사실 익스펜더블이라는 직업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그저 지구를 떠나겠다는 일념 하나로 익스펜더블이 되어 얼음행성 니플하임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미키는 익스펜더블로서의 임무에 맡게 매번 극한의 상황에서 마치 실험쥐처럼 죽여지고, 또 프린트되어 다시 살아나기를 반복한다. 그렇게 미키1부터 미키17까지 매번 새롭지만 또 같은 미키로서 살아가게 된다. 이 잔혹한 삶에서 그의 유일한 정서적 지지대는 여자친구 '나샤'이다. 그녀의 존재 덕분에 '미키'는 반복되는 죽음과 재생산의 사이클에도 점차 적응해간다. 미키7, 미키8, 미키9... 숫자가 올라갈수록 그의 몸은 새롭게 태어나지만, 기억은 죽음의 고통까지 모두 간직한 채로 이어진다.

 

예상치 못한 위기: 두 명의 '미키'

모든 것이 시스템대로 돌아가던 어느 날, '미키17'은 니플하임의 원주민 생명체인 '크리퍼'와의 만남 후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된다.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돌아온 '미키17'은 충격적인 현실과 마주하게 되는데, 이미 그가 죽었다고 판단한 시스템이 '미키18'을 프린트해 놓은 것이다.

이것은 심각한 문제인데, 행성당 단 한 명의 익스펜더블만 존재해야 하는 규칙에 위배된 '멀티플' 상황이 발생한 것. 시스템의 오류로 인해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제거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두 명의 미키는 각자의 생존과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부딪히게되는 미키17과 미키18의 정체성. 어쩌면 똑같이 복제된 '미키'이지만 미키17인 수동적이고 힘이없지만 미키18은 반항적이고 저돌적이다. 두 미키가 부딪히는 장면도 굉장히 흥미로웠다. 인간이 그렇기 때문이다. 입체적이고 나 자신도 나를 이해하지 못할때가 많다. 살고싶지만 죽고싶기도 한 인간처럼 두 미키는 서로 갈등에 치닫으면서도 서로 의지하게된다.

 

순한맛 봉준호 미키17의 해피엔딩?

마지막 레드버튼을 누르기 전, 미키의 꿈인지 상상일지 모를 장면을 빼놓고서는 인간 프린트 기계를 폭파시키며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종료된다. 마지막까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긴장감은 있었지만, 크리퍼들과 융화하며 새로운 행성에서의 삶이 시작되는 걸로 끝나는 어쩐지 익숙하지않은 봉준호 감독의 순한맛 해피엔딩이었다.

 

"자알 죽고, 내일 만나"라는 미키의 유머러스하면서도 씁쓸한 말처럼, 이 영화는 복제인간으로서의 삶이 가진 실존적 질문들을 우리에게 던진다. 내가 나인지, 복제된 기억이 진짜 나의 정체성인지, 그리고 이런 죽음과 재생의 반복이 인간의 본질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심오한 물음들을 담고 있다.

봉준호 감독 특유의 사회 비평과 블랙 코미디가 어우러진 '미키17'은 단순한 SF 영화를 넘어, 인간의 정체성과 존재의 의미에 대한 철학적 탐구를 선사한다.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보기 좋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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